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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서 안갯속으로 이륙하고 있는 여객기. 경기일보DB |
경기국제공항 입지는 예민한 문제다. 화성시 이전이 십수년째 난항을 겪었다. 중간에 군 공항에서 민군공항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이전 거론 지역에서의 반발은 거세다. 이런 문제일수록 행정 절차의 엄격한 진행이 중요하다. 경기도가 예고한 발표라면 더욱 그렇다. 경기도 민선 8기가 도민에게 약속했던 발표다. 발표 그 자체로 엄청난 후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이런 발표의 갑작스런 연기는 의도치 않은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런 일이 경기도에서 있었다. 지난달 31일 국제공항 후보지를 발표하기로 했다.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비전 및 추진 방안 수립 연구 용역’이다. 언론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공지된 일정이다. 국제공항 추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예정일이 임박해 발표가 취소됐다. 도 내부적으로 지난 1일 발표하겠다고 변경했다. 그랬다가 이 계획마저 곧 없던 일이 됐다. 지금은 잠정적 연기 상태다. 추후 발표 일정도 나오지 않았다.
도가 설명하는 연기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31일 경기 북부에서 대북전단 살포 대치가 있었다. ‘이 이유 때문에 부득이 밀렸다’고 도 관계자가 말했다. 다른 하나는 도지사 일정과 관련된 설명이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외자유치 활동 중이었다. 반도체 노광 장비 세계 1위인 ASML 네덜란드 본사를 찾았다. 화성에 투자를 협의했다. 이 일정 때문에 연기됐다고 전해진다. 공교롭게 정명근 화성시장이 함께했다. 화성시는 예상 후보군에 있다.
대북전단 살포 마찰이 초미의 관심사는 맞다. 그렇지만 국제공항과는 전혀 무관한 별개의 도정이다. 김 지사의 외자유치 활동은 평가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 역시 국제공항 후보지 발표와는 엮이지 않는다. 국제공항 후보지 선정은 2022년 지방선거의 약속이었다. 화성·평택·이천·여주·안산시가 주목하는 발표다. 수원특례시의 관심도 상당하다. 이런 발표가 당일 연기되더니, 다시 연기됐다가 추후 일정도 없어졌다.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적인 문제도 생겼다. 후보지 발표를 전제한 일정이 틀어졌다. 4일 국회에서 열리려던 경기국제공항 토론회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수원무), 전문가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도가 발표한 후보지를 놓고 적합성 등을 토론하려고 했다. 이 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은 미온적이었다. 이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국회와 사전 협의도 없이 발표가 연기됐다. 당연히 토론회도 무산됐다.
이쯤 되니 많은 이들이 경기도에 묻는 질문이 있다. 경기도가 국제공항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가. 발표 이후 후속 절차가 준비는 돼 있는가. 김 지사가 국제공항 문제를 너무 가벼이 보는 건 아닌가. 던질 법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