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익 우려로 기술주 급락
글로벌 증시 '검은 목요일'
국내 AI 관련 종목도 하락
통신주 되레 상승세 기록
AI 신사업들 앞세웠지만
AI 관련주선 사실상 배제
뉴욕의 주가지수가 연일 파랗게 물들고 있다. 그간 랠리를 주도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ㆍ애플ㆍ엔비디아ㆍ알파벳ㆍ아마존ㆍ메타ㆍ테슬라 등 '매그니피센트7(M7)'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M7 종목의 주가는 모두 고점 대비 두자릿수 넘게 하락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매그니피센트7 대신 '미저러블(비참한ㆍmiserable)7'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깎아내렸다.
M7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인공지능(AI) 붐이 식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구글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AI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고, 골드만삭스ㆍ바클레이스 등 투자은행들은 AI 투자 지출과 수익으로 이어지는 길이 불분명하단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맵시그널의 앨릭 영 수석 투자전략가는 "AI 인프라에 쓴 돈의 투자수익률(ROI)이 어떠냐가 대단히 중요한 우려 사항"이라면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려면 몇년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증시가 기침하면 한국증시는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듯, 우리나라 증시도 새파랗게 질렸다. 특히 M7 종목이 일제히 급락한 상황에서 맞은 7월 25일은 '검은 목요일'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4% 내린 2710.65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2703.86까지 내려와 27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AI 수혜주로 꼽혔던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의 주가가 급락을 면치 못했다.
그런데 AI 사업을 전개하면서도 주가가 밀리지 않은 국내 기업이 있었다. 바로 이동통신 3사다. '20만닉스'가 붕괴했던 검은 목요일에도 이통3사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SK텔레콤 1.12%, KT 0.66%, LG유플러스 0.70%). 7월 초부터 따져 봐도 주가 흐름이 좋다. SK텔레콤은 6.02%, KT는 4.14% 올랐고 LG유플러스는 2.65% 상승했다(30일 종가 기준).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13% 꺾였다.
이통3사가 AI 기반 B2B 사업으로 체질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흐름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AI컴퍼니'로의 전환을 선포했다. KT는 사업 비전을 'AICT(인공지능통신기술)' 서비스 기업으로 재정립했다. LG유플러스도 '올인 AI(All in AI)' 전략을 공개하고 회사의 모든 역량을 AI에 결집하기로 했다. 이중 몇몇은 IDC와 클라우드 사업에서 실적을 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통신주는 'AI 거품론'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상승했다. 오히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경기 방어주'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이들은 5~6%대 배당수익률을 확보하고 배당 규모를 점차 늘리고 있다.
그간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던 규제 이슈도 해소했다. 경쟁사가 늘어날 뻔했던 '제4이동통신사업자의 탄생'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마케팅 비용 부담을 더 키울 것으로 점쳐졌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도 난항에 빠졌다.
다만, AI를 신사업으로 내세운 이통3사의 주가가 'AI 거품론'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건 달리 해석할 여지도 있다. 이통3사의 야심 찬 플랜과는 달리 정작 투자자들은 이통3사를 AI 관련주로 생각하지 않았단 뜻이기 때문이다.
"2028년 매출 30%를 AI가 차지(SK텔레콤)" "2028년 AI B2B 매출 2조원 달성(LG유플러스)"을 부르짖으면서 탈통신을 꾀하는 이통3사의 목표가 기대치를 밑돌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AI 시장에 뛰어든 이통3사, AI 관련주로 인식 받지 못하는 묘한 현실, 아직은 요원한 탈통신…. 이통3사의 주가가 AI 거품론을 뚫고 상승세를 유지한 덴 이처럼 여러 변수가 영향을 미쳤다. 이통3사의 상승기류에 숨은 그림자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