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적 비트코인 보유 법안 美 의회 제출
● 美 정부 보유 ‘금’ 규모, 110억 달러 수준
● 미국은 세계 1위 비트코인 금융 선진국
“(미국의) 금 보유고가 역사적으로 국가적 금융 안보의 초석이 돼온 것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은 21세기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금융 리더십과 (금융)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 자산을 대표한다.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상당량의 비트코인을 확보하고 장기간 보관하는 것은 미국의 금융 컨디션을 강화하며 경제적 불확실성과 통화 불안정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법안의 핵심은 미 연방 재무부로 하여금 정부 소유의 비트코인을 비축하는 ‘전략 비트코인 보관시설(Strategic Bitcoin Reserve)’을 설립하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비축 및 보관하는 금고를 만든다는 뜻이다. 금고를 만드는 동시에 5년 동안 매년 20만 개가량의 비트코인을 구매해 총 100만 개의 비트코인을 비축하도록 하는 안이 포함됐다. 이렇게 구매한 비트코인은 최소 20년 장기 보유하도록 의무화했다. 다만 연방정부의 급박한 채무를 변제하는 용도로 처분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비트코인을 구매해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도록 하는 것뿐 아니라 연방정부가 범죄 단속 등의 과정에서 압류한 뒤 보관해 온 기존의 정부 소유 비트코인도 새로 만드는 보관시설(비트코인 금고)로 옮겨서 보관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은 1934년 제정한 금 보유법(Gold Reserve Act)에 따라 당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연준)이 보유하고 있던 금을 재무부 소유로 넘겼다. 장부상 금 가격은 1트로이온스(금의 단위, 약 31g)에 대략 42달러 22센트로 매겨졌고, 지금까지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자료인 재무부의 2021년 2월 미국 정부의 ‘금 보유고 현황 보고서(Status Report of U.S. Government Gold Reserve)’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금의 규모는 약 2억6149만8926트로이온스. 장부상 가격은 110억 달러 수준이다.
러미스 의원이 낸 비트코인 법안은 정부의 금 보유고 가치를 시가로 재산정해서 그만큼 돈을 발행하자는 것이다. 1트로이온스를 9월 24일 현재 시가인 2626달러 32센트로 계산할 경우, 미국 정부 금 보유고의 가치는 6867억 달러가 넘는다. 이렇게 할 경우 미국 정부는 6757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는 우선 현재 연방준비은행들이 보관하고 있는 미국 정부 소유의 금 보관증(110억 달러 규모)을 재무부가 회수해서 폐기한다. 재무부는 이어 시가로 재산정한 금액(6867억 달러)의 보관증을 연방준비은행들에 배부한 다음, 연방준비은행들로 하여금 차액(6757억 달러)만큼 재무부에 송금하도록 한다. 이는 사실상 금 가치를 재산정하는 형식으로 비트코인 전략 자산 비축에 필요한 돈을 찍어내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법안을 발의했다고 해서 통과된다는 보장은 없다. 비트코인 전략 자산 비축안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야 하고, 의회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할 여론도 조성돼야 한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권력을 획득하느냐에 따라 실현 가능성과 시기 등이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2위는 중국이다. 과거 자료를 보면 19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암호화폐 분석업체인 크립토퀀트 주기영 대표는 2022년 11월 2일 X(전 트위터)에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 고래(대량보유자)다. 중국 당국은 2019년 플러스토큰 사기 사건 수사를 통해 19만4000개의 비트코인과 833만3000개의 이더리움 등을 압류해 국고에 넣었다”고 밝혔다. 3위는 영국이다. 아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9월 19일 현재 6만1000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수사를 통해 압류한 비트코인으로 추정된다.
정부 차원에서 보유한 비트코인 규모로 4위는 의외의 국가다. 남아시아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왕국 부탄(Bhutan)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부탄은 인구 78만7424명(2023), 1인당 국내총생산이 3704달러(2022)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9월 부탄은 글로벌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1만3000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포브스(Forbes)’ 보도에 따르면, 부탄 왕국은 2019년 즈음 비트코인 채굴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넘치는 수력발전 전력을 활용하기 위해 소규모로 시작했던 게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관광 수입이 줄어들면서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전력 생산량이 불규칙한 수력발전의 특성상 남아서 버려야 하는 잉여전력, 기존 송전망에 부하를 주지 않기 위해 안전하게 버려야 하는 잉여전력이 수시로 발생한다. 부탄은 그걸 이용해 비트코인 채굴기를 돌려서 1만3000개 넘게 확보한 것이었다.
5위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한 엘살바도르다. 아캄 인텔리전스 자료를 보면, 9월 19일 현재 5900개 가까운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엘살바도르는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꾸준히 매입해 왔고, 2021년부터 화산의 열기를 이용한 지열발전에서 나오는 전력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해 왔다.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규모는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9월 20일 SEC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나스닥 상품명 IBIT)에 대해 옵션 거래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사고파는 거래뿐 아니라, 비트코인 현물 ETF 가격이 오르는 경우와 내리는 경우에 각각 베팅할 수 있는 옵션 거래를 허용해 준 것이었다. 블랙록을 비롯한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사들이 더 많은 돈이 들어와 시장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해달라며 요구해 온 것이었다. SEC는 블랙록에 이어 다른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사들의 신청도 승인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동안 은행의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에 반대해 온 SEC가 예외적으로 뱅크오브뉴욕 멜론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건 다른 대형 은행에도 허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법적인 불투명성을 안고 수탁 서비스를 제공해 온 코인베이스 같은 암호화폐 업체가 아니라 위기가 닥치면 미국 정부가 결코 파산하게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형 은행이 고객의 비트코인을 보관하는 시대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은행의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는 은행이 고객 돈으로 비트코인을 사서 보관해 주고, 고객이 맡긴 비트코인을 누군가에게 대출하고 이자를 지급하는 종합금융 서비스로 나가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할 것인지, 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 그 해답은 2025년 1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로 시작된 미국의 비트코인 금융은 이미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등장 3개월 뒤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됐다. 미국에 이어 중국이 비트코인 금융에 뛰어든 것이었다. 비트코인 글로벌 경쟁은 이미 시작됐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