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FDA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3개 허가 후 시장 급성장
● 연평균 성장률 7.95%, 2030년 시장규모 35조8300억 원
● 레켐비·키순라 효과 있지만 부작용·고비용 한계 뚜렷
● 국내 아리바이오·동아에스티, 기존 치료제 한계 극복 도전
지금까지 개발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론 완치가 어려웠다. 대부분 증상을 일시적으로 개선하거나 완화하는 치료제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알츠하이머병 원인 단백질을 분해해 초기 환자들의 치매 진행을 늦추는 항체 신약이 잇달아 개발되며 치료제 시장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 약물들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치매를 일으킨다는 ‘아밀로이드 가설’에 따라 개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뇌에 축적된 독성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를 없애 초기 환자들의 질병 진행을 늦추는 것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응집돼 단백질 찌꺼기(플라크)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찌꺼기는 신경세포 손상과 사망을 일으킨다.
난공불락으로 꼽히던 치매 치료제 영역에서 신약이 나오면서 해당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레이츠 리서치에 따르면 치매 치료제 시장규모는 연평균 성장률(CAGR) 7.95%씩 커져 2030년엔 267억9569만 달러(약 35조830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CDR-SB에서는 전체 환자의 29%에서 질환 진행 지연 현상이 나타나 레켐비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눈에 띄는 효능은 아니지만 근본적 치료가 어려웠던 의료 환경에선 주목할 만한 숫자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또 키순라는 한 달에 1번만 정맥 투여하면 돼서 2주마다 1번씩 투여해야 하는 레켐비보다 환자 편의성이 더 높다. 투약 후 환자에게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 나타나지 않으면 약물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키순라의 국내 출시 시기는 2~3년 후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일라이릴리가 글로벌 임상3상 내 포함하는 국내 환자 모집을 진행하고 있으며 3월 첫 환자를 등록했다. 해당 데이터가 확보된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허가 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문화적 맥락상 여전히 자녀 등 가족이 간병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직면하는 재정적·사회적·심리적 부담도 무시하지 못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번에 허가받은 신약으로 완치를 기대할 순 없지만 초기 단계에서 진행 자체를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통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층 3명 가운데 1명은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을 정도고, 이 가운데 10~15%가 실제 치매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결책으로 기대를 모으는 레켐비와 키순라도 부작용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또 약효 대비 고가로 책정돼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개선될지에 의문 부호가 붙는다. 이들 치료제는 앞서 상용화에 실패한 아두헬름과 마찬가지로 뇌출혈과 뇌부종 등 ARIA(뇌영상 비정상 소견) 위험이 뒤따르기에 자기공명영상 모니터링(MRI) 등의 정기적 영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실제 두 치료제의 임상시험 참여 환자 20~30%에서 ARIA가 나타난 바 있다.
구체적으론 키순라에서 치료 그룹 가운데 24%가 뇌부종을 일으켰고, 31%에서 뇌출혈이 발생했다. 위약 그룹에서는 약 14%가 뇌출혈을 보였다. 부작용으로 사망한 참가자도 3명이었다. 레켐비 임상에 참여한 환자 가운데에선 17%가 뇌출혈 위험을, 13%가 뇌종양 위험을 나타냈다. 투여 환자 7%는 부작용 때문에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항응고제를 처방받고 있었다는 점에서 유사한 약물을 투약하고 있는 환자는 투약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실제 FDA는 레켐비가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뇌출혈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레켐비를 사용할 때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이들 제품 모두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만 효과가 입증됐다. 따라서 초기 환자들은 부작용 위험을 감수하고 치료에 임할 수밖에 없다. 높은 가격도 한계로 꼽힌다. 키순라의 판매 가격은 1년치 기준 3만2000달러(4446만 원)에 달한다. 레켐비 또한 연간 2만6500달러(3682만 원)의 비용이 든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비상장 바이오기업인 아리바이오다. 아리바이오를 세운 정재준 대표는 25년을 영국에서 지낸 바이오 전문가다. 영국 외무성 장학생으로 글래스고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케임브리지대 생명공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그는 바이오기업 사업 개발 및 기술이전 컨설팅 회사에서 2015년 SK바이오팜이 재즈파마슈티컬스 대상으로 진행한 기면증 치료제 솔리암페톨 기술이전 건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정 대표가 2010년 창업한 아리바이오는 세계 최초의 경구용(먹는)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AR1001’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최종 허가의 마지막 관문으로 통하는 임상3상 단계에 있다. 임상3상은 미국·한국·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글로벌 신약 개발을 주도하는 주요 11개국 200여 개 임상센터에서 총 1150명을 대상으로 52주간 진행된다. 특히 국내에선 정부가 직접 나서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을 지원했고, ‘한국인의 두통약’ 게보린으로 잘 알려진 삼진제약의 투자를 받았다.
다국가 임상은 인종 간 차이는 물론 바이오마커(단백질이나 DNA, RNA(리보핵산),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 비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리바이오는 다국적 임상시험이 순항하고 있는 만큼 내년 말 임상 종료, 2026년 상반기 톱라인(각 임상시험에서 후보물질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허가 당국에 제출한 각 평가기준에 대한 결과 요약) 발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가에 대비한 시제품 생산도 시작한 상태다.
정 대표는 “미국과 유럽 임상을 따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리바이오는 FDA, EMA(유럽의약품청)의 경향을 보고 뭉쳐가자는 전략을 잡았다. 각국이 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임상이 마무리되면 각국에 동시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모든 사이트의 임상 종료 시점을 통일했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 임상1상 단계이긴 하지만 동아에스티의 타우 단백질 표적 치매 치료제 ‘DA-7503’도 우수한 비임상 데이터를 통해 치료제 개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실제 동아에스티는 7월 28일부터 8월 1일까지(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국제 학회(이하 AAIC)에서 ‘DA-7503’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포스터 발표하며 기술력을 알렸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터 발표란 회사가 제출한 초록을 학회가 채택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학계에서 의미 있고 우수한 결과를 확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AAIC는 알츠하이머 분야 최대 규모의 국제 학회로, 올해 1만 명 이상이 참가해 3000건 이상의 알츠하이머병 분야에 대한 학술 발표가 이뤄진 곳이다.
동아에스티는 이번 포스터 발표에서 알츠하이머병 및 타우병증 질환 동물 모델에서 DA-7503을 통한 기억 및 인지 기능 개선 효과,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인인 대뇌피질 및 해마 내 타우 응집과 인산화 억제, 뇌척수액 내 타우 감소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DA-7503 투여 후 혈중 약물 농도가 상승할수록 뇌척수액 내 타우가 의존적으로 감소했으며, DA-7503의 타우 제거 효과 가능도 확인했다. 현재 이 물질은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KDRC)의 치매치료제 개발 과제로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