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거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전규제 법안 내용에 ‘자사우대 금지’ 의무가 포함된 가운데, 시장 특수성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학계 제언이 나왔다. 자사우대 규제 정책이 오히려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국산업조직학회·정보통신정책학회·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서울대 경쟁법센터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교원 챌린지홀에서 ‘디지털 경제의 미래: 플랫폼 규제와 혁신의 균형’ 세미나를 공동 주최했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유럽연합(EU) 법원이 ‘구글쇼핑 사건’을 판결할 때 자사우대 행위 자체가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7년 6월 구글이 경쟁 비교쇼핑 서비스에 비해 자사 비교쇼핑 서비스를 우대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24억2000만 유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김성환 교수는 “위법성 판단 핵심은 부당한 차별에 따른 우열경쟁 이탈 여부”라며 “EU 집행위가 시장 특징과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 구글의 차별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배적 사업자가 인접 시장으로 지배력을 전이한 것 만으로는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배력 전이로 경쟁자가 배제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참고하는 해외 규제 동향의 대표적 사례인 EU ‘디지털시장법(DMA)’ 역시 자사우대 규제에서 자사 콘텐츠나 서비스가 더 우수하다면 높은 순위를 받아도 된다고 인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효율적이지 않은 경쟁자를 보호하는 건 경쟁법 목적이 아니다”라며 “배제성과 경쟁은 구분하기 어려운데 배제성만 문제 삼는 규제는 반경쟁적”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사우대를 별도 금지행위로 유형화 하려는 건 ‘플랫폼 간 경쟁을 열심히 하지 말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게 김 교수 지적이다. 그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을 관련 사례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스마트스토어는 네이버쇼핑이 기존 오픈마켓 및 쿠팡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생태계 전략 일부”라며 “쿠팡은 이에 대응해 직매입과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경쟁 수단으로 내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자사우대로 지목된 행위가 플랫폼 간 경쟁 핵심적 전략일 수 있어 자사우대 규제 정책이 오히려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플랫폼 간 경쟁 범위와 양상이 확대·변화하는 추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