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제주항공 신년사, `안전`은 뒷전이었다

입력
수정2025.01.06. 오후 5:56
기사원문
장우진 기자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장우진 산업부 재계팀장

"제주항공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운항을 통해 고객들에게 행복한 여행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제주항공이 지난 2024년 1월 배포한 김이배 대표이사의 신년사 보도자료 중 일부다. '안전'이란 단어가 들어간 유일한 문장으로, 원론적인 내용이나마 단 한 번 언급됐다.

당시 신년 화두로는 '넘버원 LCC로서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를 제시했다. 제주항공은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더 큰 도약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설명을 관계자 멘트로 부연했다. '경영활동'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석할지는 각자 판단할 몫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2023년에는 신년사 전문을 공개했다. 2000여자 분량의 이 신년사에는 '안전'이라는 단어가 두 번 언급된 데 반해, '경영' 키워드는 9번이나 등장한다. 신년사의 첫 화두부터 "새해에는 경영정상화 기반을 재구축하자"로, 이와 연계된 '흑자', '적자', '매출', '원가' 등 재무 관련 키워드도 같이 언급됐다.

아시아나항공 출신인 김 대표는 2020년 6월 제주항공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당시는 코로나19 로 사회적 위기감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로, 취임 첫해부터 2022년까지 3년간 83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니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1순위임은 분명했다. 이러한 노력 덕인지 작년엔 역대 최대치인 169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올해는 3분기까지 1200억원 흑자를 내며 순항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 무안참사와 맞물려 '안전불감증'이라는 이면(裏面)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남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올 3분기 여객기 평균 가동 시간은 월 418시간으로, 국적사 포함 주요 6개 항공사 중 유일하게 400시간을 넘었다. 특히 이번 사고가 발생한 항공기는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국내외 5개국 공항을 13차례 오가는 일정을 소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엔진 결함', '무리한 정비 노동', '안전을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 등의 폭로글도 올라오고 있다.

무안공항 참사 이후 약 24시간 동안 제주항공 항공권은 6만8000여권이 취소됐다고 한다. 주요 여행사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H사의 제주항공 이용 '무안-태국 5박6일'(1월12일 출발), M사의 제주항공 이용 '무안-코타키나발루'(1월10일 출발) 상품 등은 모두 에약자가 0명이다. 무안 출발이라 할지라도 타 항공사(예를 들어 무안 출발 비엣젯항공)는 예약자가 있다는 점에서 제주항공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방증한다.

반면 국내 최대 항공사이자 국적사인 대한항공을 보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회장)이 내놓은 3300여자의 2024년 신년사에선 '안전' 키워드가 13번 등장한다. 조 회장은 신년사 키워드로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s)를 제시하면서 가장 먼저 '절대적인 안전 운항과 고객 중심 서비스'를 제시했다. '안전은 고객이 항공사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 '모든 활동은 안전이라는 전제 아래서만 가능', '잠깐의 방심과 안일함은 안전을 위협한다' 등 구체적으로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사업장에서 안전은 최우선으로 강조된다. 특히 항공사고는 단 한 번의 사고가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한층 더 부각된다. 김 대표가 2024년 신년사에서 제시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
댓글 미제공

디지털타임스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