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미국의 47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세계 각국이 미국의 보호주의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생존 방안 모색에 들어갔다.
미국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통령 취임 2년 반 만에 레임덕을 겪고 있는 수출 주도형 경제인 한국이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됐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은 트럼프 당선자의 관세 정책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20%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약했다. 심지어 25% 관세율 방안도 거론한 바 있다.
가장 걱정이 큰 나라는 중국이다.
트럼프는 중국 제품에는 60%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했다.
관세가 대폭 오르면 대미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출이 성장 동력인 아시아 국가들과 유럽 모두 경제 성장률 타격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수입 관세는 실제 실행으로 옮기는 데 앞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자신이 1기 집권 시절이던 2017년 법으로 만든 기업과 부자 감세를 연장하겠다고 다짐한 터라 단기적으로는 이에 따른 미 성장 촉진이 미 교역 상대국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이네스 맥피는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는 재정 부양책이 정책의 중심에 설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교역 상대국들에도 조금은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맥피는 아울러 관세가 각국에 미칠 경제적 충격은 관세율이 어떻게 정해질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정책 논의 과정에서 미국도 부정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율을 할 것이어서 최종적으로 정책으로 추진되는 관세율은 우려했던 것보다 낮을 수도 있다.
다만 트럼프는 1기 집권 시절 '설마'를 '현실'로 만드는 강한 추진력을 보였던 터라 안심하기는 이르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 관세율을 끌어올리기 전에 각국은 일시적인 수출 붐을 탈 가능성도 높다.
수입 업체들이 관세율 인상 전에 해외로부터 수입을 대거 늘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네타 수석 애널리스트 피터 샌드는 트럼프가 새 관세를 적용하기 전에 수입을 하려는 이들이 폭증할 것이라면서 “(물건을 쌓아 둘) 창고가 있고, (이를 실어 나를) 배만 있다면 단기적인 위험을 낮추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율이 오르기 전에 일시적으로 각국의 대미 수출이 호황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각국이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 충격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물리면 상대방도 관세로 맞대응하고, 이에 따라 교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관세 인상 만으로 내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0.8% 감소하고, 2026년에는 1.3% 더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관세만으로 세계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트럼프가 추진할 불법 이민자 추방과 이민 규제, 미 감세 연장, 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예상되는 금리 상승 등도 부작용을 몰고 올 것이어서 충격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트럼프가 세계 경제에 ‘거시 충격’을 몰고 올 것이라면서 미국은 고물가로 고전하고 다른 나라들은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즉 디스인플레이션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독일 싱크탱크 킬세계경제연구소(IfW KIEL) 사장인 모리츠 슐라릭은 독일이 트럼프 재집권으로 2차 대전 이후 가장 어려운 경제적 시기를 맞았다고 경고했다.
슐라릭 사장은 특히 독일 정부가 조만간 닥칠 교역, 안보 정책 과제를 다룰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