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네켄·아사히 넘겠다”…수제 맥주에 빠진 이 남자, 경력 어마무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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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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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맥주대회 우승…박승원 오리지널비어컴퍼니 대표

뉴욕대 재학중 수제맥주 꽂혀
창업 5년 만에 세계무대 정상
전세계 최고의 맥주 풍미 위해
에든버러·파주 물맛까지 섭렵
캔 대신 병입·냉장유통 고집

“맥주는 소맥용 편견 지울 것”
올해 라거 캔맥주에 도전장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박승원 오리지널비어컴퍼니 대표가 수제맥주를 소개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소맥 들러리’용 맥주에 반대하는 청년 사업가가 있다. 그는 최상급 홉과 독일산 맥아를 수입해 수제맥주를 만든다. 특정 제품은 맥주 효모 아닌 와인 효모로 발효하고, 위스키처럼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맥주를 캔 대신 와인병에 담아 입구에 코르크를 꽂고 뮤즐레(코르크 상단에 있는 금속 단추)을 덮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냉장 유통을 고집한다. 창업 5년 만에 수제맥주로 유럽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 박승원 오리지널비어컴퍼니(OBC) 대표(32)의 얘기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박 대표는 맥주 본고장인 유럽의 국제대회에 계속해서 출전하는 이유가 맥주로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그는 “식당이 미쉐린 스타나 프랑스관광청이 주관하는 미식 가이드북 ‘라 리스트’를 노리는 이유와 같다”며 “본토 전문가들로부터 ‘품질 좋은 맥주를 만들어 한국의 맥주 문화를 바꾼다’는 목표의 가능성을 증명받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박승원 오리지널비어컴퍼니 대표가 수제맥주를 소개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박 대표의 OBC에서 만든 맥주는 3년 새(2022~2024년) 연거푸 수상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코스모스 에일’로 독일에서 열린 세계 4대 맥주 품평회 ‘유러피언 비어스타’에 출전해 과일맥주 부문에서 한국 최초로 금메달을 수상했다. 2360종의 맥주가 출전해 144명의 심사위원에게 평가받는 대회다. 같은 제품은 2023년 영국에서 개최된 맥주 품평회 ‘월드 비어 어워즈’의 월드 베스트상에도 올랐다. 또 다른 대표 상품 ‘불락 스타우트’는 2022년 월드 비어 어워즈의 스타우트·포터 부문에서 한국 첫 월드 베스트상을 수상했다.

거대 주류 회사들이 휘어잡고 있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도 나름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다. 2023년 반복됐던 적자의 고리를 끓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해 K푸드 열풍이 전 세계에 확산하면서 싱가포르 현지에도 수출하기 시작했다. 올해 홍콩, 일본, 인도네시아 수출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가 OBC를 창업하게 된 것은 미국 유학 시절 맛본 수제맥주의 매력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라거와 에일을 접했다”며 “추운 겨울 조금 더 무겁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흑맥주인 스타우트나 포터를 경험한 후 제대로 된 K맥주를 만들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2015년 뉴욕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귀국해 군 복무를 마친 뒤 2019년 회사를 차렸다.

그가 택한 방향은 다른 회사들과는 약간 달랐다. 수제맥주 붐이 일던 시기에 타사가 편의점을 유통 업태로 택해 대중화의 길을 걸을 때, 그는 고급화해 주류 전문 매장에서 승부를 걸었다. 대표 상품인 코스모스 에일의 가격만 하더라도 1병(750㎖)당 2만6000원에 달했다. 아르망디 샴페인의 라벨을 만드는 회사에서 제작한 금속 라벨을 병 중앙에 붙였다. 라벨 원가만 편의점 캔맥주 원가의 절반 수준인 450원에 이른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박승원 오리지널비어컴퍼니 대표가 수제맥주를 소개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박 대표는 OBC를 통해 한국 맥주도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불락 스타우트, ‘문라이트’는 버번 위스키를 숙성했던 오크통을 사들여 경기 파주에 있는 양조장에서 숙성했다. 박 대표는 문라이트를 스카치 에일로 구현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물과 OBC 양조장이 있는 파주의 물을 비교했다. 파주 물의 염도가 조금 낮다는 결론이 나오자 물에 소금을 소량 추가했다. 한국 식재료인 초피나무 열매껍질과 유자도 활용한다. 가향하지 않다는 원칙도 지킨다. 도소매 업체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지만 신선한 맥주 맛을 유지하기 위해 냉장 유통 방식을 지킨다.

맥주에 덧씌워진 ‘소맥 들러리’라는 오명을 씻는 것도 그의 목표다. 그는 “맥주는 폭탄주 제조의 들러리란 인식이 강하다”며 “OBC를 통해 맥주도 위스키, 와인처럼 단독으로 즐길 만한 술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캔맥주에도 도전한다. 라거로 승부를 보고 싶다고 했다. ‘하이네켄, 아사히, 삿포로, 스텔라, 칭다오’ 같은 세계적 브랜드처럼 K라거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가격은 편의점에서 3캔에 1만1000원 정도 하는 일본의 ‘에비스’ 수준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엔 편의점에도 물건을 내놓을 계획이다. 박 대표는 “한국의 맥주 애호가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K라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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