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 재학중 수제맥주 꽂혀
창업 5년 만에 세계무대 정상
전세계 최고의 맥주 풍미 위해
에든버러·파주 물맛까지 섭렵
캔 대신 병입·냉장유통 고집
“맥주는 소맥용 편견 지울 것”
올해 라거 캔맥주에 도전장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박 대표는 맥주 본고장인 유럽의 국제대회에 계속해서 출전하는 이유가 맥주로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그는 “식당이 미쉐린 스타나 프랑스관광청이 주관하는 미식 가이드북 ‘라 리스트’를 노리는 이유와 같다”며 “본토 전문가들로부터 ‘품질 좋은 맥주를 만들어 한국의 맥주 문화를 바꾼다’는 목표의 가능성을 증명받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대 주류 회사들이 휘어잡고 있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도 나름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다. 2023년 반복됐던 적자의 고리를 끓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해 K푸드 열풍이 전 세계에 확산하면서 싱가포르 현지에도 수출하기 시작했다. 올해 홍콩, 일본, 인도네시아 수출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가 OBC를 창업하게 된 것은 미국 유학 시절 맛본 수제맥주의 매력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라거와 에일을 접했다”며 “추운 겨울 조금 더 무겁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흑맥주인 스타우트나 포터를 경험한 후 제대로 된 K맥주를 만들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2015년 뉴욕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귀국해 군 복무를 마친 뒤 2019년 회사를 차렸다.
그가 택한 방향은 다른 회사들과는 약간 달랐다. 수제맥주 붐이 일던 시기에 타사가 편의점을 유통 업태로 택해 대중화의 길을 걸을 때, 그는 고급화해 주류 전문 매장에서 승부를 걸었다. 대표 상품인 코스모스 에일의 가격만 하더라도 1병(750㎖)당 2만6000원에 달했다. 아르망디 샴페인의 라벨을 만드는 회사에서 제작한 금속 라벨을 병 중앙에 붙였다. 라벨 원가만 편의점 캔맥주 원가의 절반 수준인 450원에 이른다.
맥주에 덧씌워진 ‘소맥 들러리’라는 오명을 씻는 것도 그의 목표다. 그는 “맥주는 폭탄주 제조의 들러리란 인식이 강하다”며 “OBC를 통해 맥주도 위스키, 와인처럼 단독으로 즐길 만한 술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캔맥주에도 도전한다. 라거로 승부를 보고 싶다고 했다. ‘하이네켄, 아사히, 삿포로, 스텔라, 칭다오’ 같은 세계적 브랜드처럼 K라거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가격은 편의점에서 3캔에 1만1000원 정도 하는 일본의 ‘에비스’ 수준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엔 편의점에도 물건을 내놓을 계획이다. 박 대표는 “한국의 맥주 애호가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K라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