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과시 대화 테이블 유인 전략
일각 핵보유국 지위 인정 시도 전망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는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고 “언제든 대화가 가능한 상대”라며 친분을 과시해왔다. 트럼프 재집권을 상정하고 그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고도화,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 도발을 통해 몸값을 높여 온 ‘김정은식 베팅’이 결국 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미 대선을 겨냥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안보 긴장을 높이는 복합 도발을 지속해 왔다. 지난 9월 이후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 ICBM 운용 전략 미사일 기지 등을 연이어 공개해 왔고, 최근엔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신형 ICBM ‘화성-19형’도 발사했다. 북한은 특히 러시아 파병을 감행하며 북·러 관계를 혈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전문가들도 이를 트럼프 2기 시대를 염두에 둔 북한의 존재감 극대화 전략으로 분석했다. 트럼프를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는 방편이자, 북·미 대화 재개 때 우위를 점할 카드로 여겼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는 북한의 위협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로 몰아세우며 자신의 해결사 이미지를 부각하는 재료로 사용해 왔다.
북한이 새로운 질서가 정립되기 전 관계 재설정을 위해 도발을 거듭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략무기 완성을 위해 당분간 각종 도발을 벌이면서 미국과의 정상외교 복원이나 대북제재 해제 협상을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뒤 핵 군축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6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트럼프에게 ‘우리 지금 이 정도다, 그러니 대화를 한번 해보자’는 신호를 계속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도 “북한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ICBM이나 우주발사체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과 협상할 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과 곧 북핵 관련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크게 도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기 능력 과시를 위해 ICBM을 제대로 한번 쏘는 정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트럼프의 행보다. 김 교수는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때 트럼프가 화를 낼지 대화를 할지 지금으로서는 북한도, 트럼프 자신도 모른다”며 “북한은 트럼프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 도발 수준을 두고 고민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